불 켜놨어. 나와
참여 창작자 이승은 · 장기훈
최종 업데이트 2026-09-19 05:53
작품 세계관"서울의 밤이 꺼져 가자, 수백 년간 불을 막아 온 수호신 해태가 처음으로 불을 켜러 달리기 시작한다."
이 작품 속 서울은 밤 10시가 되면 잠드는 도시다.
상가의 셔터는 도미노처럼 일찍 내려가고, 거리는 빠르게 비어 간다. 포장마차의 불빛도, 골목의 전구도, 심야버스의 행선지판도 하나둘 꺼진다.
밤의 활기가 한계선 아래로 떨어지자, 도시의 밤을 지키는 비밀 상황실에 비상 경보가 울린다.
그 순간, 경복궁 앞을 지키던 수호신 해태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해태는 수백 년 동안 서울의 화재를 막아 왔다. 그러나 이번 임무는 정반대다. 꺼져 가는 도시의 불을 다시 켜는 것이다. 해태가 광화문을 박차고 나서자 궁궐에 조명이 들어온다. 해태가 달려 지나간 자리마다 심야버스가 다시 달리고, 포장마차와 골목의 전구가 차례로 켜진다.
해태는 사람들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 잠든 주택가를 지날 때는 조용히 지나가고, 누군가 창밖을 내다보면 그 자리에서 인형처럼 굳는다.
밤을 깨우되, 쉬는 사람의 잠은 지키는 것이 해태의 방식이다.
해태가 되살리는 것은 단순한 불빛이 아니다. 사람들이 다시 만나고, 걷고, 머물 수 있는 서울의 밤이다.
모든 불을 켠 해태는 마지막으로 한 사람의 문틈에 초대장을 밀어 넣는다.
"불 켜놨어. 나와"